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공군 학사장교 생활의 장점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 4년간 근무하며 제가 느꼈던 장점들을 세부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공군학사장교 장점 1 : 급여
지난 번 포스팅에서 활용한 봉급표를 다시 한번 재탕한다. 병 급여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장교의 급여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다. 소위 1호봉이 172만원 수준으로 그렇게 나쁘지 않은 급여 수준을 받게 된다. (2017년 기준)
장교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적시에 들어오는 ‘월급’이라고 부르기 민망하지 않은 금액의 월급이다. (병 월급 대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랄까, 돈이 안 나올 걱정은 없다. 어른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가 뭔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달콤함이 있다. 문자 서비스를 신청하면 국군재정단에서 격려성 멘트와 함께 나의 급여액을 문자로 보내주는데, 출근하기 정말 싫다가도 이 문자를 보면 씩 미소가…🤭
일반적인 학사 졸업자들은 이렇게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월급의 맛을 본 사람의 비율이 적기 때문에 특히 와닿는 것 같다. 적시에 들어오는 이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적게 느껴지지도 않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봉급표의 급여는 어디까지나 기본급이고, 여기에 다양한 수당이 붙는다. 급식수당, 시간외수당, 명절연휴비, 성과상여금까지 같이 합치면 사기업 인턴에 맞먹는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6월에 임관했던 나와 내 동기들도 특기교육을 받으며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별 것 하지도 않았는데 추석 명절연휴비를 지급 받고 좋아라 했었던 기억이 있다. (기본급의 60% 수준) 이 명절연휴비가 만만히 볼 건 아닌게, 기본급의 60% 수준으로 꽤 쏠쏠한 금액이다. 이게 바로 보너스의 맛인가, 하면서 동기들끼리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교육사 분식집(지금은 사라진… R.I.P)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으는 돈은 꽤 나쁘지 않은 ‘스타터팩’ 역할을 수행한다. 스타터팩은 게임 난이도를 낮춰주고 흥미를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조금 빡세게 100만원 저축을 한다고 가정하면 순수 저축액만 3,600만원이다. 여기에 성과상여금과 연가보상비같은 기타 보너스, 직업군인용 특별적금, 군인공제회 납입이자 등을 같이 합치면 4,000만원 이상을 손에 쥐고 전역할 수 있다. 실제로 내 동기 중 한 명은 정말 독하게 모아서 5,000만원을 모아 나가기도 했다.
나도 이 스타터팩 덕분에 학자금도 상환하고, 투자금도 모아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투자를 시작해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코로나 폭락 직후) 사람마다 이 저축자본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자동차 할부에 모두 쓴 동기도 있고, 열심히 해외여행에 쓴 동기도 있다. 어떻게 사용하던 간에, 장교 복무기간에 대한 평균 수준의 금전적 보상은 해준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대위 진급 시 월급 인상폭이 꽤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본급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각종 수당도 꽤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올라간다. 영끌하면 중위 때보다 20% 이상 오른다고 보면 된다 😉 그래서 대위 급들부터는 “아… 그냥 좀 몇 년 더하면서 돈이나 모을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공군학사장교 장점 2 : 문화
차별화된 공군의 문화가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타군 조직을 경험해보지는 못해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고, 내가 체감한 공군의 문화를 중심으로 써본다.
공군은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있다고들 한다. 사실이다. 내 예상보다 더 합리적인 편이었다. 타당하고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수용해주고 고려하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다. 하다못해 이성적 대화를 하려고 하는 ‘척’이라도 하는 최소한의 시도라도 하는 조직이다. 이렇게 ‘하는 척’도 안하는 조직들이 사회에 굉장히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공군의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후하게 평가할 수 있겠다.
공군은 유쾌하다. 사실이다. 이는 공군의 공보정훈실의 공로가 크다. 과거부터 꾸준하게 공군의 부드럽고 유쾌한 이미지를 형성해왔고, 지금도 멋지게 공군을 브랜딩하고 있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면서도 그렇게 딱딱하지만은 않은 이미지를 포지셔닝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데, 너무도 멋지게 잘 수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유쾌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공군 정훈특기 출신들의 센스, 이를 허가해줄 수 있는 유연성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공군의 이러한 유쾌한 문화를 ‘음지에서’ 지탱하는 숨은 공신은 ‘휴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인트라넷에만 있는 공군의 자랑으로, 공군을 거쳐간 젊은 장병들이라면 한 번쯤은 모두 접속했을 커뮤니티이다.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철학, 스포츠, 스도쿠, 만화, 시, 주식, IT 등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는 찐또배기 커뮤니티인데, 휴머니스트의 낭만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이다. (1개 포스팅을 가득 채우고 싶을 정도로 낭만있는 곳이다)
공군에 이러한 문화가 정착할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일반 병, 간부들이 전투임무를 수행하는 타군과 달리 공군은 장교(조종사)가 전투원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조종사들은 작전 이후 브리핑과 디브리핑을 통해 전술에 대한 활발한 의견교환을 나누고 이를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항상 상호간 피드백을 통해 전술을 보완해나가는 장교들이 공군 조직을 이끌어가다보니, 조직 전체가 타인의 의견에 상대적으로 오픈된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다. 가만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럴 듯한 의견이다 😗 어디까지나 주워들은 의견이니 재미삼아 들으면 된다.
공군학사장교 장점 3 : 시스템 관점 경험
장교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자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굉장히 젊은 나이에’. 그리고 이것은 삶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중요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중간관리자’이기 때문에 위 아래 모두를 신경 써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샌드위치처럼 중간에 껴있는 이 경험이 결코 편한 경험은 아니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도 아니다. 이 ‘중간관리자’ 역할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들을 상세하게 다뤄보고자 한다.
시스템의 하단에 있는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면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은 이러한 시스템 하단의 구성원 역할을 하게 될텐데, 시스템 상단에 있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체험해볼 수 있다. “그냥저냥 욕 안 먹을만큼 나쁘지 않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생각보다 더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최고의 시스템”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시스템을 짜는 사람들의 고민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회에서는 보통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나의 사수나 상사(파트장, 팀장) 정도의 포지션인데, 이러한 사람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은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공군학사장교 장점 4 : 다양한 판단을 해볼 수 있다
업무를 하다보면 수많은 공문들과 지침들을 받아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물론 정말 중요한 판단들은 상위 지휘관들이 하지만, 상황에 따라 초임 장교에게 자율권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상위 지침들을 빠르게 받아서 파악하고,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적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침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고려할 수는 없어서 현실적인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적용해야 한다. 왜? 당장에 안하면 안되니까. 상관이 체크하고 있거나 지시한 사항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잘 우리에게 맞게 반영할 수 있지?” 하는 고민들을 하게 된다. 내 판단을 바탕으로 한 정책들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경험들을 할 수 있다. (ex : 병사 일과 후 스마트폰 사용 가능 정책 관련된 사항을 적용해본다던지, 교육훈련평가 지침 변경사항을 어떻게 적용할지 등)
공군학사장교 장점 5 : 조직 생활 요령이 생긴다
위에서 말한 고민을 많이 해 본 양질의 판단 경험을 쌓다보면 요령이 생긴다. 업무의 중요도, 필요성 등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되고, 누구에게 업무를 위임시켜야 효율적인지, 어떤 지점에서 업무 실수가 나게 되는지, 인적요인으로 인한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점점 업무에 요령이 생기고, 군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군대에서 배울 수 있는 이러한 요령은 군대 업무 내에만 통용되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업무의 중요성 판단, 효율성에 대한 고민, 주의사항 등은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며 배운 요소들은 나의 업무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공군학사장교 장점 6 : 조직의 관점 획득
관리자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조직적인 관점’에서 문제나 현상을 판단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상위 관리자가 충분한 고민 없이 지침을 내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들이 흔히 접하는 ‘주먹구구식 지침’이 내려가게 된다. 지침을 따라야 하는 사람들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따르라”는 식의 그 지침. 내가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당장에 내 부하들이 큰 불편을 겪고 헤매게 된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두번 세번 취합하게 되고, 여러 병력들이 왔다갔다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책임감이 생기고 신중하게 업무에 접근하게 된다. 나만 손해보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조직 전체가 움직이는 현상을 관찰하고 그 기저에 깔려있는 요인들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 본 경험이 있으니 상황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아, 실무자가 정말 신경을 많이 썼구나.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들을 고려했구나, 하는 디테일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또, 관리자의 시야를 어느정도 경험해본 이들은 이런 ‘군대식 주먹구구 방침’에 불만을 품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허접한 방침이 나왔는가’와 같이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왜? 내가 그 허접한 방침들을 마구 내려보며 좌충우돌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나로 인해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고, 헤매는 이들이 나온 적이 있으니까.
그래서 관리자들을 좀 더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일을 하지 않은 관리자들을 더 정확하게(?) 욕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관리자의 게으름과 책임감 부족에 기인한 문제들은 조금만 봐도 알 수 있다. 너무 그 상황들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정도도 고민 안하고 내린거야? 와 같은 욕을 할 수 있는 짬바가 생긴다.
공군학사장교 장점 7 : 리더십과 팔로워십 모두 배울 수 있다.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좋은 팔로워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장교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장점들 중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리더십’인데, 개인적으로 나는 ‘좋은 팔로워십’을 훨씬 더 많이 배웠다.
한 사무실의 장으로서 어떻게 화합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까를 고민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부하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다양한 유형의 ‘부하’들에게 업무를 분배해주고 지시를 하다보면 ‘좋은 팔로워십’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긴다.
센스 있게 이런 것을 미리 준비해놨네? A안은 어려운데, 현실적 대안도 같이 보고해주니까 참 편하네.
무지성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네.
Boss 위치에 있으니까 얘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이네? 나도 잔머리 굴리면 다 보이겠구나.
일방적으로 지시 받으면 나도 짜증났었는데, 내가 어느새 그러고 있네?
나도 부하들을 평가하게 되지만, 자연스럽게 나의 태도와 방식에 대해서도 평가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빠릿하게 일하고 있는건가? 나도 저렇게 보고하고 일해야겠다.”와 같은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배우고 스스로를 피드백해나갈 수 있다.
공군학사장교 장점 8 : 다양한 연령층과의 커뮤니케이션 경험
40대 이상의 전문적 역량을 가진 군 관제사들과 소통하며 40대 이상 나이대의 남성들과 소통하는 방법, 여기 치이고 저기 치여 피곤한 밀레니얼 세대의 남성 지휘관들의 고충, 가장 빛나는 시기에 군대에 끌려와 자유를 억압당해 힘들어하는 젊은 병사들, 수많은 업무들과 문의전화로 일에 깔려 살고 있는 젊은 실무자들, 그리고 이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회의와 협의를 진행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각자 동상이몽이기 때문에 참 어렵고 재밌다. 끌려온 젊은 친구들은 편하게만 하고 싶어하고, 군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기존 방식대로 편하게 하고 싶어하고, 어떻게든 부대를 운영하고 굴려나가야 하는 관리자들은 그들을 동기부여해서 끌고 가야한다. 각자의 욕구(?)에 맞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조합해나가며 커뮤니케이션 해나가야 한다.
마무리하며 : “그런거 꼭 군대에서 안 배워도 된다”고 하는 의견들에 대해
위에서 열거한 장점들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런거 꼭 군대가 아니어도 다 배울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포인트는 스무살 중반 남짓한 젊은 나이에 이러한 관점을 얻을 수 있는 그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또, 어차피 거쳐가야 하는 ‘군 복무’를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국방의 의무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20대 남성들에게 ‘효율적 군 복무’는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이 말하는 가장 일반적인 군 복무의 국룰은, “1학년 마치고 빠르게 육군에서 일년 반 짧고 굵게 해치운다. 전역 후 삶의 방향을 탐색하자.”이다.
내가 이 포스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효율적 군 복무는 다음과 같다. “어차피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니 가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해보자.” 피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 암흑기로 보내기보다는 그 속에서 가치를 찾아보자는 관점이다. 군 복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군 복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태고,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면 내 포스팅의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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