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공군 학사장교 지원 동기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공군 학사장교 지원배경, 지원 동기 및 그 과정에서 있었던 고민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공군 예비학사장교로 대학교 2학년 때 조기 합격하여 2017년 6월 공군 학사장교로 임관했고, 운항관제 특기로 근무했습니다. 예비학사장교로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쳤는데요, 지금 공군 학사장교를 준비하는 분들도 저와 비슷할 것 같아 제 이야기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1. 공군 학사장교 지원동기
1) 지원동기 : 부모님의 권유
지원한 이유는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였다. 할아버지가 육군 장교 출신이셨고, 아버지는 장교 출신의 전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다. 장교 복무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시의 나는 공군 장교로 가고 싶지는 않았었다. 어린 대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친구들이었다. “군대 빨리 가야한다”는 말에 하나 둘씩 군대로 사라지는 친구들을 지켜보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
내 친구들이 입대하던 2014~2015년도는 카투사와 의경이 가장 인기 있었고, 그 다음이 공군이었다. 많은 친구들이 일생을 건 대국민 뽑기 카투사를 지원했었고, 나도 그들처럼 카투사에 운 좋게 붙어 ‘꿀빠는 군생활’을 하고 싶었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장교 생활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권유하셨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었던 나는 부모님의 뜻을 얌전히 따랐다.
결과적으로는 장교 복무결정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되었다. 강력하게 밀어붙이셨던 부모님이 없었다면 나는 One of Them이 되었을 것이고, 장교의 길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 때의 부모님의 강한 의지에 감사함을 느낀다.
2) 지원동기 : 관리자의 관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리자로서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하는 기회는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어린 대학생이 그런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 시절에 동아리/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기회를 얻는 정도가 다인데, 실제 조직 관리자가 느끼는 책임감, 무게감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교는 보직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으로 구성원 관리가 주 임무이다. 23~24살 정도의 나이에 수많은 사람들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파악하고, 정확한 지시를 위해서는 내 개인 시간까지 희생하기도 한다. 그 막중한 책임감에 많은 초급 장교들이 초기에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업무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어찌나 내 마음처럼 되지 않던지. 그토록 힘들지만, 생각보다 더 빠른 나이에 관리자의 시야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실제로 많이 배웠는가?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실제로 군 생활에서 내가 배운 수많은 마인드/태도적 역량들은 관리자 입장에서의 것들이었다. 군 조직에 국한된 역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조직에 가더라도 조직의 본질적 성향과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리자들의 마음 속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책임감, 내 마음을 몰라주는 구성원들과의 미묘한 대척관계, 위 아래 모두에게 치이며 가슴 졸여야 하는 압박감까지. 나이 먹고 경험하기엔 너무 감정소모가 많은 조직의 불편한 원리다.
3) 지원동기 : 양호한 급여
2017년 임관 당시에는 초봉이 13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병 친구들이 50만원도 받지 못하던 것에 비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물론 내 업무량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어수룩한 초급 장교에게 그래도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을 주는 듯 하기도 하다.
나에겐 갚아야 할 학자금도 있었고,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돈을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군 생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보수를 받으며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나는 군 봉급 저축금으로 학자금을 모두 상환하며 부채를 떠안은 채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는 않을 수 있었고, 유의미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규모의 투자 시드머니를 모을 수 있었다. 어차피 힘들 군 생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으면서 하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그 때 모았던 급여가 힘들었던 지난 날들을 보듬어 주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고, 인생에 있어 좋은 스타팅 포인트를 잡아준 것 같다.
2. 지원 과정 및 고민
1) 지원과정 : 예비장교후보생
아버지는 강하게 권유하신 만큼이나 강한 추진력으로 편안하게 장교가 될 수 있는 여러 대안들을 꼼꼼히 제시해주셨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예비장교후보생 전형’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전형을 잘 모르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장교 입대를 미리 확정받는 전형’이다. 내가 입대하던 시기 즈음의 학사장교는 대학교를 마칠 무렵 시험을 응시해 합격하는 형태였다. 그래서 이 학사장교 시험에 떨어지게 된다면 군 진로가 붕 떠버리는 참사가 종종 일어나곤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찍부터 장교생활을 결심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바로 이 예비장교후보생 전형이다.
학사장교 시험과 유사한 평가, 체력검정, 면접을 통해 예비로 장교 입대자들을 선발하고 장학금도 주는 좋은 제도이다. 나처럼 군 진로를 어느 정도 결정한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전형이었는데, 이유는 선발과정의 난이도가 낮다는 점 때문이었다. 내가 입대하던 시기즈음만 하더라도 공군 학사장교 시험은 학사장교 시험 중 가장 높은 경쟁률과 난이도를 자랑했었다. 하지만 예비장교후보생 전형은 그에 비하면 훨씬 난이도가 낮았다. 일찍부터 장교로 가겠다고 마음 먹는 사람들의 비율이 생각보다 적었다.
예비장교후보생 시험 난이도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 수월하게 평가와 면접 모두를 통과했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 면접까지 거쳐 체력검정 시험까지 통과하게 되자, 나는 예비장교후보생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었다. 나의 입대 시기도 결정 받았었다. 2017년 3월. 과연 그 날이 올까. 불편한 미래를 외면하는 지난 날들이었다.
2) 지원과정 : 주변의 만류, 흔들리는 마음
당연히 내 주변 친구들은 모두가 나의 선택을 좋게 보지 않았다. “왜 군대를 그렇게까지 오래 가는거야? 미친거 아닌가? 왜 굳이굳이 그러는거야?” 이 수많은 질문들에 나는 항상 ‘가족의 전통’을 따른다는 대답을 내놓으며 어물쩡 넘어가곤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군 복무에 대해 쥐뿔도 몰랐기 때문에 확신에 찬 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장교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러자 그들은 “흠… 그래? 선택은 자유니까 뭐…”하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군필 형들은 본격적으로 나를 놀려먹곤 했다. “미친거 아님?”, “3년 3개월이라고? 자살추천” 등.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장교 생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나에게 이러한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은 나를 힘들게 했던 요인이었다. 내 스스로가 장교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보니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곤 했다. ‘그냥 접고 지금이라도 군대에 갈까? 진짜 그렇게 힘든 길일까?’ 입대 직전까지도 이러한 고민과 걱정들이 나를 억누르곤 했었다.
요즘에 학사장교를 지원하는 친구들은 더한 고통을 겪었으면 겪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육군 병 복무기간이 1년 6개월로 줄고, 병영문화 개선으로 병 복무 부담이 과거 대비 많이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장교의 길’은 메리트를 많이 잃었고, 이는 장교 지원률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도 솔직히 이렇게나 긴 장교생활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3) 지원과정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교를 택한 이유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걱정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과적으로 무사히(?) 장교로 입대했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괜찮겠지’ 하는 근거 없는 낙관이었다.
먼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마인드가 있었다. 고통으로 가득 할 미래를 미리 걱정해보니 그만큼 힘든 것도 없었다. 누군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겪어보지도 않은 고통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의 막연한 낙관론은 장교 진로의 장점들을 찾는 것으로 이어졌다. 장교 진로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연속성 있게 학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입대 시점이 정확히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이내에 졸업을 해야만 했다. (물론 제도적으로 미룰 수 있다.)
학부 졸업 프로세스를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8학기 칼졸업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나의 경우는 이중전공까지 이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학부 4년 8개 학기를 휴학 한 번 없이 보내야 했었다. 그래서 계획성 있게 학점 이수계획을 세우고 졸업논문 및 요건을 준비해야 했는데, 덕분에 연속성 있게 학부 생활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학교를 꾸준히 다니다보니 학교 생활에 대한 감각도 유지되고, 이른 나이에 칼졸업을 할 수 있었다. 입학도 재수 없이 바로 입학했고, 휴학도 안 했기 때문에 나는 24살에 정석루트로 입대할 수 있었다. 보통 병 전역을 한 친구들이 평균적으로 휴학을 1~2회 정도 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역 시기가 그렇게 늦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군 문제로 쭉 해오던 일들을 내려놓고 공백기가 발생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많다. 전역 이후에는 천지가 뒤바뀌어 있어 허탈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이 봤었다. 만약 학부 시절에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계획이 명확한 사람들이라면 학사장교 지원을 고려해보시길.